나머지 95%의 위대한 프로그래머들을 들여보내자
미국 기술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프로그래머를 충분히 구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민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이민 반대론자들은 외국인이 그 일자리를 차지하게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미국인을 프로그래머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기술 기업들 말이 맞다. 이민 반대론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유능한 프로그래머와 탁월한 프로그래머 사이의 능력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사람은 훈련을 통해 유능해질 수는 있지만 탁월해지도록 훈련시킬 수는 없다. 탁월한 프로그래머들은 단순히 훈련의 결과라고 할 수 없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적성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 [1]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도 되지 않는다. 즉, 위대한 프로그래머를 만드는 자질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위대한 프로그래머의 95%는 미국 밖에서 태어난다는 뜻이다.
이민 반대론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왜 그토록 이민 완화를 위해 애쓰는지 설명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들이 임금을 낮추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정 규모 이상인 곳은 거의 예외 없이 프로그래머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갖가지 법적 편법을 감수하면서도, 데려온 뒤에는 미국인에게 줬을 것과 똑같은 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임금을 줄 거면서 왜 굳이 더 큰 수고를 들여 프로그래머를 데려오겠는가? 유일한 설명은 그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그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말이다. [2]
나는 프로그래머가 70명 정도인 스타트업의 CEO에게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원하는 만큼 데려올 수 있다면 몇 명을 더 채용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내일 아침 당장 30명을 뽑겠다”고 답했다. 그것도 인재 채용 경쟁에서 항상 이기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얘기다. 실리콘밸리 전역이 마찬가지다. 스타트업들은 그만큼 인재에 목말라 있다.
더 많은 미국인이 프로그래머로 양성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95대 5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뒤집을 수는 없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도 프로그래머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떤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위대한 프로그래머의 대다수는 미국 밖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든 위대한 사람의 대다수는 미국 밖에서 태어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3]
탁월한 성과는 이민을 전제로 한다. 세계 인구의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국가가 어떤 분야에서 탁월함을 갖추려면 그 분야에서 일하는 이민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는 한 가지를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다. 더 많은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미국에 들어오도록 허용하면 그들이 오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그게 사실이며, 우리는 그 사실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그 가능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세계의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 있을수록 나머지 사람들도 더 이곳에 오고 싶어 할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심각하게 망할 수도 있다. 꽤 강한 표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우물쭈물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작용하는 힘의 크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술은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엄청난 지렛대를 제공한다. 전 세계 프로그래머 시장은 극적으로 유동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수한 인재는 우수한 동료를 좋아하므로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이 불과 몇 개의 허브에 모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대부분 하나의 허브에 모일지도 모른다.
만약 위대한 프로그래머 대부분이 하나의 허브에 모이는데 그곳이 여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낮아 보일지 몰라도, 앞으로 50년 동안 지난 50년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면 더 이상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일년에 훌륭한 프로그래머 수천 명만 받아들여도 미국이 기술 초강대국으로 남도록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실수가 될지 모른다. 그것은 이 세대 미국 정치인들이 두고두고 악명 높은 실수로 기억될 만한 결정적 실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정도 규모의 다른 잠재적 실수들과는 달리 이 문제는 바로잡는 데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속히 실행에 옮기자.
주석
[1]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얼마나 더 뛰어날까? 직접 비교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뛰어나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단지 같은 일을 더 빨리 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가 꿈도 꾸지 못할 것을 발명한다. 그렇다고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가치가 무한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발명품이든 시장 가치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평균적인 프로그래머 연봉의 100배, 심지어 1000배에 달하는 가치를 발명하는 경우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 H1-B 비자로 데려온 외국인 프로그래머 대규모 풀을 대여해 주는 컨설팅 회사들이 몇 곳 있다. 이런 곳들은 당연히 단속해야 한다. 이들은 기술 기업들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는 법안을 만드는 일은 쉬울 것이다. 하지만 Google이나 Facebook 같은 기업들이 같은 동기로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민 반대론자들의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값싸지만 평범한 프로그래머들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회사가 망할 테니까.
[3] 이 글은 프로그래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인재의 범위는 더 넓어 디자이너부터 프로그래머, 전기 엔지니어까지 아우른다. 이를 포괄하는 일반적 용어로 가장 적절한 것은 “디지털 인재”일지도 모르겠다. 신조어로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논의를 조금 좁게 전개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감사의 말 Sam Altman, John Collison, Patrick Collison, Jessica Livingston, Geoff Ralston, Fred Wilson, Qasar Younis에게 이 글의 초고를 읽어준 데 대해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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