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에 숨겨진 비밀
원문은 Marcin Wichary님이 에 게재했습니다. 이 블로그 구독하기
제가 기억하는 한 예전부터 존재했던 이 패턴을 혹시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Mac에서는 메뉴가 열려 있을 때 ⌥(Option) 키를 누르고 있으면 기존 명령어의 더 강력하거나, 더 고급이거나, 더 빠른 변형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파워 유저에게 유용한 기능이죠. Audio Hijack과 ForkLift의 예시는 이렇습니다.
이 기능은 ⌥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점점 더 파헤치기 어려워지는 Chrome의 보기 메뉴에서는 ⇧(Shift)이 같은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그리고 Finder의 파일 메뉴에서는 ⇧와 ⌥는 물론, 보기 드문 ⌃(Ctrl)까지 등장합니다.
명령어 체계를 멋지고 세심하게 확장한 느낌입니다. 영리하기도 하죠. 숨겨진 기능을 드러내는 키가 바로 그 기능의 단축키에 쓰이는 키와 동일해서, 머리로든 손가락으로든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다만 메뉴에 따라 처리 방식이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Finder와 Safari에서는 ⌥를 누르면 단축키는 보이지 않는데도 명령어 자체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센스 있는 디테일이 하나 있습니다. 더 긴 문자열을 표시하려고 메뉴가 넓어진 뒤에는 키에서 손을 떼도 다시 좁아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보조 키가 같은 명령어에 대한 대체 단축키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기능에 대해서는 감정이 좀 복잡합니다.
한편으로는 한동안 사장되어 가는 기술처럼 느껴집니다. Apple은 이 기능의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이런 기능이 존재한다는 힌트도 없고, 화면에서 무언가를 클릭해 모든 옵션을 쉽게 모아볼 방법도 없습니다. 대체 명령어의 이름을 알고 검색하더라도, 원래 메뉴에서 그걸 보려면 어떤 키를 눌러야 하는지 항상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모든 메뉴에서 모든 보조 키를 일일이 눌러보며 뭐가 숨겨져 있는지 찾는 일은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아무 보조 키나 누르면 숨겨진 것들을 전부 보여주는 방식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어차피 보조 키 없이 바뀌는 명령어들과도 더 잘 어울릴 테고요.)
반면, 이 기능이 더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도 큽니다. 이론적으로 이 기능 덕분에 좋은 근육 기억(motor memory) 습관을 들일 수 있고, 보조 키의 패턴을 이해하게 됩니다. ⇧는 종종 “더 많은”을, ⌥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대체”를 의미하죠(Mac에서 텍스트를 선택할 때 ⌥를 눌러본 적이 없다면 한번 해보세요). 또 파워 유저를 배려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메뉴를 불필요하게 부풀리지 않는 영리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 짜릿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작년의 제 경험처럼요.
저는 문서를 많이 스캔해서 DevonThink라는 데이터베이스 앱으로 PDF로 합칩니다. 과정은 보통 이렇습니다. 낱장 페이지 파일들을 끌어다 놓고, 선택한 뒤, 오른쪽 클릭으로 Merge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마치면 더 이상 필요 없는 원본 파일들이 남고, 그걸 다시 선택해서 삭제해야 합니다.
별일 아니지만, 한 달에 수십 번씩 해야 한다면 “별일 아닌 일”도 큰일이 됩니다.
그런데 수년 동안 이렇게 해오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손가락이 먼저 생각한 거였죠. 분명 이 문제를 겪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텐데? 그래서 장난 삼아 메뉴가 열린 상태에서 ⌥를 눌러봤더니, 이런 게 나타났습니다.
제가 정확히 필요로 하던 옵션이 완벽한 이름으로, 손가락이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시도한 그 자리, 그 키 조합 아래에 처음부터 숨어 있었던 겁니다.
그때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패턴을 익힌 데 대한 보상을 받을 때, 근육 기억이 알아서 일을 처리해 줄 때,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과 같은 파장에 있다는 느낌이 들 때의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그곳에 와서 이 드문 경로를 말끔히 정리해 둔 거죠.
글을 무작위로 읽기
댓글
로그인하고 댓글 남기기